주몽 뒷산 친구들_매미
페이지 정보
본문
매미 울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아이가 어릴 때 아파트 단지를 돌며 매미를 잡던 기억이 새록새록!
아침(8/10), 출근해 이메일을 열었더니... 시 한 편이 와 있네요.
함께 읽고 싶어 올립니다.
정말 '바람이 바귀었(습니)다'
***********************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바람이 바뀌었다’
- 이전글8/12(목), 뒤뜰 풍경입니다. 21.08.12
- 다음글파란하늘과 매미 울음소리로... 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