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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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그 날 혁이가 정리한 신발을 흑백으로 촬영한 모습]
지난 어느 한가한 주말 오후.
미소방 현관청소를 하면서 혁이에게 "선생님 청소하는데, 혁이가 도와줄래?" 물으니 "네"라고 대답하며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왔다. 혁이에게 신발 정리를 부탁하고 쓰레기를 정리하러 캐노피를 다녀왔는데, 혁이가 정리해 놓은 신발들이 가지런히 줄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그 신발들은 짝이 제대로 맞지 않은 채로 놓여져 있었다. 나는 의아하여 "신발 정리 한 거야?"라고 물었다. 혁이는 미소띠며 약간은 상기된 채로 "네, 제가 했어요" 마치 칭찬받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는 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며 "신발 모양이 맞지 않는데?"라고 물으니 혁이는 다시 내 얼굴과 신발을 번갈아 쳐다 보며, 내게 한 말에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저는 이렇게 정리하는 게 좋아요. 선생님은 안 예뻐요?" 어느 상황에서나 그랬다. 내 경험이 기준이 되어 아이가 한 것들을 판단하고 잘잘못을 가렸다. 아마도 일반가정의 엄마들도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지원하며 보살펴야 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이 아이들의 표현과 생각을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족한 인력과 버거운 업무량, 그리고 늘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못하는 바쁜 일상에서 잘 지도하고 싶은 갈증도 있었고, 더불어 고민도 많았었다.
그런 내가 혁이가 정리해준 신발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해주었다. "오늘은 혁이가 정리해 준 대로 둘까?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 아이는 신발을 쳐다보다 나를 쳐다보기를 반복하다 기분이 좋았던지 콧노래를 부르며 텔레비전시청하러 방으로 들어갓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그 날의 신발을 사진으로 담고, 가끔 사진첩을 꺼내 본다.
그때 일이 생각나 내 얼굴엔 어느 새 웃음꽃이 피고 여유로워진다.
2019년 10월 30일
미소방 담당 / 사회복지사 전미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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