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상일동에 위치한 주몽재활원(원장 장선옥)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드라마의 인기 캐릭터 '강마에'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세를 탄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서희태 교수(45)가 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그의 지휘아래 장애 어린이들과 자원봉사자, 재활 치료사, 특수교사 등 200여명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아름다운 마음을 모았다.
서희태 교수는 아내 소프라노 고진영(45)씨와 7년째 장애 아동을 위한 자선행사를 펼쳐왔다. 서 교수는 "그동안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을 초청해서 연주회를 열었는데, 평소 바깥 나들이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다보니, 행사가 아이들에겐 무척 신나는 일이 됐죠"라며 웃는다.
|
↑임성균 기자 tjdrbs23@ |
올해 서 교수 부부는 장애 어린이들을 공연장으로 초청하는 대신, 어린이들이 지내는 곳으로 직접 찾아왔다. 초대를 받아도 공연장까지 갈 수 없는 중증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서다.
이날 음악회의 첫 곡은 일본인 작곡가 오시마 미치루(大島ミチル)의 '카자부에'(風笛, 바람 피리)였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예고편에 삽입돼 잘 알려진 이 곡을 플루트와 피아노 앙상블로 들려줬다. 이어진 곡은 영국 작곡가 엘가(Elga)의 '사랑의 인사'로 한 젊은이가 플루트로 연주했다. 올해 연세대 기악과에 입학한 서 교수의 아들 서현호씨(18)도 올해 공연은 함께 했다. 연주자로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라는 현호씨는 "그동안 입시 준비로 바빠서 연주를 직접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연주하게 됐다"고 한다.
|
↑임성균 기자 tjdrbs23@ |
주몽재활원은 중증 장애아동을 포함, 69명의 원생들이 살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이 치료를 받는 재활 의료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서 교수는 "아이들을 초대하는 기획도 좋지만, 오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공연도 더 자주 해야겠다"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이런 공연을 만든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이번 공연에는 지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어린이 그림동화 전문출판사 여원미디어에서 어린이 도서 500여권을 지원했고, 비전코리아에서는 재활원의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도서를 따로 지원했다. 식품업체인 웰스앤잇츠와 웰씨위드에서는 공연 전 모두 함께 한 점심식사에 불고기, 과일 등 특별 메뉴를 선물하는 한편 김장 김치 1000 포기를 지원했다. 재활원 식구들이 올 겨울을 충분히 날 수 있는 양이다.
고씨의 앵콜곡 '마법의 성' 가사처럼 이날 주몽재활원의 어린이들은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만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공연의 끝을 아쉬워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두번째 앵콜곡인 캐롤 '오 거룩한 밤'으로 끝난 이날 공연은 재활원 어린이들에게 잊기 힘든 소중한 선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