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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날의 기쁨 절대 못 잊어…장애인 돕는 상담가 되고싶어”

관련이슈 장애인들의 빼앗긴 권리

입력 : 2018-05-21 06:11:00 수정 : 2018-05-20 21: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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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립 꿈꾸는 ‘인턴’ 이선자씨 / 李, 지체 발달장애 갖고 있어 /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 참여 / 강북 장애인자립센터서 일해 / 자신감·자존감 향상 큰 변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인턴을 마치면 장애인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강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이선자(22·여)씨는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이다.

지난 3월 근무를 시작한 이씨는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돕고 그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통계로 정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도움만 받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다”며 “일을 시작한 이후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20일 말했다.

지체·발달장애를 가진 이씨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 장애인 시설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한 이씨는 최근 임대주택을 분양받아 독립을 앞두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계속 일자리를 찾았지만 이씨는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지원하면 면접관들은 능력이 아니라 장애를 먼저 봤다”며 “‘이거 할 수 있어요?’, ‘이건 못할 텐데’라는 질문을 매번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일하고 싶은 능력도, 의지도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희망하던 이씨는 지난 2월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일하게 됐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장애인단체 및 복지관 등과 함께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중증장애인 인턴을 채용하는 기관에 서울시 생활임금(시간당 9211원) 수준의 월급 전액을 지원한다.
이씨는 일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첫 월급날’로 꼽았다. 첫 월급으로 양말을 사 시설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이씨는 “시설에서 15년 넘게 같이 생활한 선생님께 선물을 드렸더니 기뻐하면서 일 잘하라고 격려해줬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그는 “올해 인턴이 끝나면 상담 양성과정에 참여해 장애인을 돕는 상담가가 되고 싶다”며 “일을 해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직장 동료인 주연경 대리는 “장애인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과 시설에서 사회로 복귀하려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업무는 시설 경험이 있는 이씨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함께 일한 덕분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필요한 자립 지원 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거친 65명 중 30명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와 사회복지시설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인턴 프로그램이 입소문 나면서 올해는 25명 모집에 50명이 지원해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 관계자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일을 하면서 달라진 변화로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을 많이 꼽는다”며 “(인턴제가)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경제적 자립 실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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